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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주도 여행 2 - 함덕해변, 만장굴, 비자림


전날 밤늦게 들어와 몸이 피곤했지만 일정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먼저 숙소에서 가까운 함덕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인데도 햇빛이 따가워 금방 손과 발이 타서 힘들었지만 해변에 도착하여 바다를 바라보니 그런 고생들이 날아가 버렸다. 지금까지 많은 바다를 봐왔지만 함덕의 바다는 다른 곳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비취색 해변은 이런걸 말하는 건가. 잔잔한 파도가 끊임없이 나를 향해 다가 왔다. 살랑살랑 해변을 걸으니 물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보였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을 피해가면서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날렵하고 투명했다. 함덕해변은 바다 중간에 작은 모래섬이 있어 잠시 쉬어 갈수 도 있었다. 멍멍이와 산책을 하거나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경치라면 멀리 외국을 찾을 필요가 없겠구나 생각했다. 비록 햇살은 미친듯이 뜨거웠지만 마음만은 평온하였다. 중간중간 깊은 물을 조심하면서 함덕 바다에서 빠져나왔다. 


주변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가지고 다음 목적지인 만장굴로 향했다. 그전까지는 제주의 버스를 타면서 많이 헤맸던 부분을 이날 완전히 마스터 하여 큰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었다. 버스를 갈아타는 곳에서도 운좋게 다음 버스가 금방 도착하여 시간을 절약하는 행운도 가졌다. 만장굴은 너무도 유명해서 혼자 왔는데도 마치 수학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였다. 용암이 지나면서 생긴 엄청난 크기의 자연굴이었는데 한여름에 갔는데도 냉장고 속에 들어온 듯한 추위가 느껴졌다. 길이도 생각보다 길어서 끝부분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시긴이 꼬박 1시간이 걸렸다. 워낙 사람도 많고 동굴 내에는 최소한의 조명만 있어서 차분한 감상은 힘들었지만 자연이 만든 거대한 풍경을 느끼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동굴 구경을 마치고 원래대로라면 올레길을 걸을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생각보다 지체되어 고민하던 중에 기다리는 버스의 정류장 이름 중 ‘비자림’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비자림林이라면 숲을 말하는 것인데, 숲 길을 걸을까?’ 잠시 검색을 해본 뒤 바로 다음 행선지를 비자림으로 정하였다. 비자림이란 말그대로 수십수백년된 비자나무가 숲을 이루는 자연 군락지로, 쓰러진 나무도 그대로 두어 사람의 손이 비교적 닿지 않은 원시적인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입구에 일렬로 사람에 의해 심어진 비자나무들을 지나 실제 군락지를 들어가니 다시 자연의 품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아침의 바다에 이어 이제는 나무들이 나를 감싸안았다. 바닥의 흙 또한 붉은 화산송이로 되어 있어 공기를 맑게 해주고 있었다. 따라오던 단체관광객을 미리 보내고 혼자 남은 비자림을 천천히 걸으니 이 또한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두군데나 볼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였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 근처의 버스정류장에 내린 후 지는 해를 바라보며 길을 걸었다. 고개가 향하는 곳마다 바다가 보인다.   

 


함덕해변 가는길


함덕해변과 서우봉


눈 앞에 바다


비자림 화산송이 길


비자림 고목과 돌탑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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